한국 결혼 문화의 기원 (조선시대)

조선왕조는 시초부터 유교를 기본 사상체계로 하는 양반 지배 사회를 확립하였고 많은 부분에서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신분 사회를 유지했다. 유교가 지배 사상이 되면서 불교와 무속은 탄압을 받았다. 예(禮)를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내세웠고 무력이나 형벌과 같은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수단 대신 ʻ예ʼ와 같은 문화적으로 간접적인 수단으로 사회 질서를 세우고자 하였다. 조선에서는 국가의 통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의례의 절차를 담은 전례(典禮)의 편찬사업에 큰 힘을 쏟아 조선 초기에 『세종실록』「오례(五禮)」나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등의 편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조선왕조는 당파를 나누어 서로 싸우는 치열한 당쟁론과 양반 사회의 타락과 부패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사건을 겪으며 민중의 삶은 계속해서 피폐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한족인 명나라를 섬기는 사대부들의 강한 나라를 숭배하는 ʻ사대주의ʼ가 극성을 부리면서 왕권은 크게 약화하였고 민중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17세기부터는 청나라를 통해 서학(西學)이라는 서양의 발전된 문화와 문물이 조선 사회로 전해졌다. 이에 영향을 받은 지식인층에서는 성리학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며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ʻ실사구시ʼ의 학문적 태도를 내세우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받아들이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학사상이 싹트기도 했다. 조선 후기 천주교는 양반층을 넘어 일부 소외된 계층에게까지 알려졌다. 그러나 천주교와 서학 사상은 뿌리 깊은 유교 질서를 갖춘 조선 사회를 변화시킬만한 사회적인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조선 사회는 외부 세력을 비롯한 안팎으로부터 강력한 변화의 요구와 마주하게 된다. 문호개방에 대한 외압이 거세지고 내부적으로는 농민 반란이 격화된 혼돈의 시기를 겪게 된다.

 

 

조선시대는 유교 사상이 지배하는 국가였다. 결혼문화 또한 유교의 영향으로 전통을 지키려는 움직임과 유교문화를 고수하려는 사대부의 노력이 충돌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하였던 시기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전통혼례가 성립되었다.

조선 시대의 결혼문화를 살펴보면, 친영의 보급이 우세하게 된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사대부들이 성리학 사상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체계를 만들고자 하면서 『주자가례』에 입각하여 결혼을 모두 친영제에 맞춰 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조선의 국가 의례는 ʼ길례(吉禮)·가례(嘉禮)·빈례(賓禮)·군례(軍禮)·흉례(凶禮)ʻ등의 5례이다. 이 중 혼인의 의례는 가례에 해단된다. 조선에서는 중국의 ʼ고례(古禮)로서의 6례와 『주자가례』의 4례를 혼인 절차의 모범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헌종 10년(1844년)에 『사례편람』이 편찬되면서 혼례절차가 사대부뿐만 아니라 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러나 친영은 전통적 결혼 풍속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로 원래의 목적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국가와 일부 사대부가 민간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친영제를 완강하게 시행하려 하였던 것은 앞선 전통인 남귀여가혼의 절차가 성리학적 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신부의 집에 머무르는 것을 전제로 하고, 결혼 성사 일에 상대방에게 예를 갖춘 인사가 없이 동침부터 먼저 하며 성혼 일로부터 셋째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상견례를 한다는 점이 유교적 사상에는 어긋났던 것이다. 그런데도 민간에서는 남귀여가혼이 계속되는데 그 이유는 거주제의 변화에 맞춰 생활양식 자체를 바꾸는 데서 오는 거부감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려시대 이래 남녀균등상속에 의한 경제적 평등성이나, 사위에게도 아들 못지않은 혜택을 주었던 제도 등도 전통적 결혼제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통을 지키려는 움직임과 결혼제도를 바꾸려는 사대부들 노력의 대립은 조선의 결혼 문화가 중국의 ʻ고례(古禮)ʼ로서의 6례와 『주자가례』의 4례를 모범으로 받아들인 이후, 새로운 사상이 담긴 결혼문화와 전통을 일정 부분 계승한 조선식 3례와 4례를 탄생시키게 된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 시대의 유교에서는 남녀의 만남을 인륜의 근본이고, 만세의 시작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만남에는 예를 갖추어야 했다. 따라서 혼례는 6례를 골격으로 하는데 육례란 납채(納采)·문명(問名)·납길(納吉)·납징(納徵)·청기(請期)·친영(親迎)으로 혼례 시 행해져야 할 여섯 가지 예로서, 곧 절차를 뜻하는 것이다. 대략 조선 초기부터 17세기까지는 주자가례의 사례를 기준으로 하되, 납채와 납폐를 함께 운영하여 의혼, 납채(납폐), 초례(신부집)의 3례로 진행되었다. 18세기에는 의혼, 조선식 납채, 납폐, 초례라는 조선식 4례가 성립하였다. 조선식 4례는 혼인 절차의 간소화라는 주자가례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사주단자나 연길단자 등의 민간예법을 통해 문명과 납길이라는 고례의 예법을 재현한 것이다. 조선식 4례는 고례, 주자가례, 전통적 혼인 예법을 모두를 만족시키는 절묘한 타개책이었던 것이다. 결국 혼인의 마지막 절차인 성혼의례를 친영례로 바꾸려는 노력은 건국 초부터 시도되었으나 왕실을 제외한 일반인의 혼례에는 정착하지 못하였다.

원래 의도한 친영례 시행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자 친영례를 강요하는 대신 삼일 상견례를 당일 상견례로 바꾸려는 노력이 명종대를 전후하여 나타나게 되었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당일 상견의 절차를 수용한 새로운 남귀여가혼은 조선 중기를 지나며 새로운 속례인 ʻ신속례(新俗禮)ʼ로써 널리 수용되었다. 신속례가 받아들여졌다고 하여 성리학자들의 친영제 도입을 위한 노력이 사라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인조대에 친영례의 절차를 보급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다. 신랑집과 신부집 사이에 임시방편으로 관소(館所)를 마련하여 그곳에서 혼인의식을 진행한 ʻ가관친영례(假館親迎禮)ʼ가 그것이다. 그러나 가관친영례는 의례 자체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상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의도한 바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인조대부터 약 50여 년간 일부 지역에서 시도되었지만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다른 형태로라도 친영례를 시행하려던 조선 사대부들의 노력도 중단되고 남귀여가혼이 조금 변형된 형태인 신속례가 조선 후기 결혼의 주류가 되었다.

결국, 조선 시대에는 건국 이래로 왕실부터 일반인의 혼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결혼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일관되게 친영례를 시행하려 꾸준히 노력하였으나, 왕실을 제외한 일반인의 혼례 풍습에서는 변형된 형태의 친영례 조차도 조선 후기까지 끝끝내 안착시키지 못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친영례에서의 절차 중 하나를 절충하여 전통적인 남귀여가혼을 약간 변형된 신속례로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결혼 후 아내의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엿보이지만, 전통적인 남귀여가혼이 오랫동안 지속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친영례는 역사속에서 근대 사회의 도래와 함께 족보의 정비와 대를 잇는 유교 사상이 전례 되면서 가부장 체계와 함께 한국 전통혼례의 근간으로써 자리 잡게 된다.

사실, 조선시대 친영례의 행함은 남자 집에서도 부담이었다. 신부가 남자 집에 들어와서 사는 데 따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부가 거처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것은 당연히 남자 쪽에서 준비했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신부는 생활용품을 포함한 혼수를, 신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남귀여가혼, 그리고 조선의 전통을 담은 혼례의 등장은 한국 전통혼례의 근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들어 온 중국 문화의 거대한 영향 속에서도 한국만의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과 신랑이 신부의 부모를 비롯한 친인척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도 여성의 지위 유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살펴 본 바와 같이, 옛 전통혼례의식은 격식이 엄격하고 복잡했다. 과거 우리 전통사회에서 결혼의 절차를 까다롭고 복잡하게 한 것은 만대의 후손을 잇는 역사적인 결합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정중하고 엄숙하게 다루려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과 결혼을 마주하는 태도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근대 이전 중국제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으로 동성동본금혼은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으로 자리 잡아 근래에 까지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중국은 성으로 혈연을 구분하지만 우리는 성과 본관으로 혈연을 구분하기 때문에 중국제도의 ʻ동성동본ʼ과 우리나라의 ʻ동성동본ʼ은 완전히 같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때문에 몇 차례의 민법 개정을 거쳐 2005년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개정”되었고, 조문의 표제도 동성혼 등의 금지에서 근친혼 등의 금지로 개정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참고 서적 및 자료]
https://weddingculture.tistory.co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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